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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준비하던 나의 자세 . 본문

리뷰/소소한 일상

죽음을 준비하던 나의 자세 .

개 발자국 2019. 12. 2. 14:16

19_12_02 이재성 교수의 삶과 죽음의 철학 수업에서 여학생들이 토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책을 소재로 발표를 진행하였다. 

 

책의 내용은 너무나도 적당히 잘 산 이반일리치가 갑작스레 죽음을 선고 받게 되며, 죽음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이반일리치의 주변 인물들의 가식적인 심경변화와 행동을 묘사한 내용이다. 이반일리치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동안 이반일리치의 주변에는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위로 해주는 인물은 하인과 그의 아들 밖에 없었다. 나 또한 현실에서 이반일리치의 주변 인물들처럼 행동하였기 때문에 이반일리치의 심경과 하인 그리고 아들의 마음은 쉽사리 공감가지 못했다. (아마 내가 누군가의 죽음에서 흘렸던 눈물은 나에게 필요한 것이 없어진 것에 대한 슬픔이 아니였나 싶다.)

 

발표가 끝난 후 여학생들에게 나는 이반일리치의 하인과 아들에과 무엇이 다르길래, 그들처럼 타인에 대한 죽음을 공감하지 못할까 라며 질문하였다. 톨스토이에 따르면 나는 이상이 없고 동물주의적 쾌락과 물질적인 욕구만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쉽사리 수긍 할 수 없었다.  나는 적당히 선행도 배풀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을 할 줄 아며 이타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별로 수긍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진행을 위해 적당히 수긍하였다.

 

길었던 질의 응답이 끝나고, 이재성 교수가 강단으로 나와 이반일리치의 삶을 풀이해주었다. 풀이 마지막에는 이반일리치의 심경변화를 공감해보라며 상상속으로 병원에 갔는데 , 간암 4기를 판정 받았다고 생각해보라 하였다. 상상하는 그 순간 가슴이 철렁하였다. 그 상상을 하던 순간 내가 겪은 감정은 극도의 불안감, 억울함, 분노 였다. 여지껏 나는 내가 늙어서 곱게 죽는다는 생각만 했는데, 지금 까지 하고 있는 일들이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이 들자 너무 억울하고, 그런 운명을 만들 신을 저주했다. 교수의 다른 말이 귓가에 들어 오지 않았다. 도데체 내가 왜 그 순간 죽어야 하는가? 내가 아닌 타인이 죽지 않고 왜 내가 죽어야 하는가 .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에게 찾아가 내가 왜 그런 운명에 처해야만 하는가. 내가 지금 까지 했던 선행들과 행동들은 무엇이 의미가 있느냐 라는 질문을 쏟아내었다. 교수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곱게 늙어서 죽는다는 생각은 버려라며 말했다. 또한 너가 왜 그런 운명을 처하지 않아야하는 이유라도 있냐라며 되로히 질문을 받았다. 할말이 없었다. . .. . . 그렇다면 내가 그런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되면, 내가 지켜오던 세상의 규칙들과 노력이 다 헛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질문했다. 다시한번 역으로 규칙들과 노력을 지키던 삶의 의미에 반하여 범법적인 행동과 노력하지 않은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질문을 받았다 . 이번에는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헛된 것이 되어버려, 살았을 때 모든 것을 즐기며 사는 것이 좀 더 내 삶을 사용하는 것 같다. " 라고 답하였다.  교수는 할말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싶은 표정을 지으며, '자네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라고 하시며, 추후 생각을 해보라 하였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아직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내삶은 한편의 드라마처럼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나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언제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만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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